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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 두산 상처 뿐인 `소주 전쟁

광고자료.............../광고이야기

by 디자이너-이충길 2007. 5. 2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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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를 끌어온 ’소주 전쟁’의 끝은 허무했다. 진로와 두산 두 골리앗의 시장점유율은 되레 줄었고, 돌아온 것은 정부의 제재뿐이었다.

지난해 2월 두산이 알코올 도수 20도짜리 ’처음처럼’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소주시장의 맹주 진로는 느긋했다. 1998년 ’참이슬’을 선보인 후 2년 만에 전국 소주시장 점유율 50%를 돌파한 진로였다. 참이슬은 당시 불과 석 달여 만에 3000만 병 판매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진로의 자만은 화를 불렀다. 처음처럼의 기세는 대나무라도 쪼개버릴 듯 맹렬했다. 출시 17일 만에 1000만 병을 돌파했고, 51일 만에 3000만 병까지 훌쩍 뛰어넘어 버렸다. 참이슬의 기록을 무려 40일이나 앞당긴 것이었다. 2005년 55%를 넘겼던 진로의 시장점유율도 내리막을 탔다.

다급해진 진로는 처음처럼의 기세를 꺾을 묘안을 찾았다. 거기서 나온 게 네거티브 광고 전략이었다.

상대방의 약점을 들춰내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방법이었다. 지난해 7월 진로는 ’알고 마시면 더욱 즐거운 참이슬 이야기’라는 만화광고 전단지를 뿌렸다.

알칼리수로 만든 소주라는 처음처럼의 마케팅을 표적으로 삼았다. 처음처럼은 물에 전기 충격을 줘 만든 알칼리 수를 쓴 반면 참이슬은 숯으로 여과한 천연 알칼리 수를 썼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진로는 경쟁사가 소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물에 전기 충격을 주는 그림을 넣었다. ’악 우르릉 찌직’과 같은 극단적인 용어도 동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진로는 한 달 뒤 신문광고를 통해 알칼리 수 논쟁을 다시 부각했다. ’어떤 소주가 당신을 위하는 소주입니까’라는 제목으로 처음처럼이 ’전기분해로 된 소주’라고 공격했다. 반면 참이슬은 ’천연대나무 숯을 정제한 소주’이기 때문에 ’술독을 줄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광고했다.

두산은 바로 반격에 나섰다. 진로 광고가 나간 뒤 사흘 후 두산은 ’따라오려면 제대로 따라오라!’는 제목의 광고를 일간지에 냈다. ’알칼리 소주를 흉내 내려면 죽탄을 이용한 특허가 아니라 알칼리 환원공법 특허를 따라 하셨어야 합니다’라며 진로의 광고를 역공했다. ’물은 아무리 여러 번 걸러도 알칼리 환원 수가 될 수 없으니’ 참이슬은 ’짝퉁’ 알칼리 소주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비방 광고전은 양쪽에 다 상처를 입혔다. 진로와 두산이 수도권 시장을 놓고 난타전을 벌이는 사이 지방 소주사들이 저도주를 앞다퉈 내놓으면서 약진했다. 지난 3월 진로의 시장점유율은 50% 아래로 곤두박질했다.

2000년 이후 진로의 점유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건 소주 값이 인상된 2003년 1월과 2004년 5월 두 번뿐이었다. 두산의 시장점유율도 되레 떨어졌다.


급기야 진로와 두산은 24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양사의 광고를 심의한 뒤 ’비방 및 부당 비교 광고 행위’로 규정하고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비록 과징금을 얻어맞지는 않았으나 공정위가 비방 광고로 규정한 만큼 상당한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하게 됐다. 소주시장의 두 골리앗이 싸우는 동안 지방 소주사만 어부지리를 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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