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카메라가 향하는 곳은 풍경이 아니라 사람이다. 한 인물의 표정과 동작에 시대가 응축돼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가 최민식(85)의 카메라 인생 55년을 결산한 사진 선집은 그래서 제목이 '휴먼 선집'(눈빛)이다. 1957년 일본 도쿄 중앙미술학원을 졸업하고 독학으로 사진을 시작한 그의 카메라가 맨 먼저 향했던 피사체는 양은그릇에 담긴 죽을 허겁지겁 먹는 거지소녀다.
작가는 말한다. "사진의 목적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사회의 모순을 폭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리얼리즘 사진만이 그 가치를 평가받을 것이다." 이 같은 사진 철학은 형식주의 사진과 서구 예술사진을 지향해온 한국 사진계에서 그가 고집스럽게 인간 탐구를 추구할 수 있었던 밑천이었을 것이다.
그는 시대의 남루를 포착하면서도 동시에 희망을 발견한다. 60년대 등에 업은 코흘리개 아기에게 먹을 걸 건네는 어머니의 흐뭇한 얼굴에서, 70년대 신문팔이 소년의 환한 표정에서 헐벗은 시대를 이겨냈던 힘의 원천이 읽혀진다. 90년대 엄마 대신 아빠가 아기를 업고 가는 가족의 나들이 풍경과 2000년대 가죽 부츠 아가씨의 뒷모습에서는 세태 변화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렇듯 사진 선집은 한국 근대화 노정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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