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꽃을 피워 물때 쯤엔 파가 좀 딱딱해집니다
그래야 그래야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지요
딱딱해지지 않으면 꽃을 받쳐들 수 없기 때문이예요
당신도 있나요.
그런 사람
내가 딱딱해져서 누군가를 피울수 있는 사람
더 이상 맛이 없어지더라고
꽃은 피워 물어야 되겠다는 그 각오로
파가 꽃을 피워뭅니다
그런데 알고 싶어요
파꽃은 매울까요
파처럼...꽃을 먹어보면 매울까요
매워서 어떤때는 눈물이 나올까요
파껍질을 까다가 눈물이 날때 나는 냉장고 문을 열어서 그 찬기운에 눈을 깜박거려봐요
그러면 눈이 조금 시원해져요
울고 싶을때 파껍질을 벗겨요
그러면 울어도 울어도 다른 사람이 혹 보아도
핑게가 되니까 그러니까 실컷 울어요
왜 이렇게 매운거야...왜 이렇게 파는 사나운거야...그러면서
허용된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
나도 잊고 있던 상처가 덧나서 소금을 누가 내 가슴에 뿌린것 같은 날이 있다면
파 밭에 서면
머리위에 하나씩 짐같은 꽃을 피워 올린 파꽃을 보면
괜히 마음이 싸해져요
죄가 많았나봐
그러니까 머리에 형벌처럼 꽃을 피워낸 거지
그게 죄 값인가봐요
다른 꽃들은 그냥 꽃들로서 다 아름다운데
왜
유독히 파꽃을 보면 가슴이 처연해지는지 그건
그건 형벌같은 꽃이기 때문이예요
웃고 있어도 우는것 같아서
이럴땐 내가 바보같다니깐
파의 가운데 부분을 쥐어서 쏙 뽑으면 부드러운 흙에서 쑥 올라오는 파
거기 뿌리를 보면
할머니의 흰머리같은 뿌리가 보여요
뿌리도 버리면 안된다고 꼭 가지고 와서 곰국이나 육수를 낼때 넣고 끓여야 한다고 해놓고서는
그냥 왔어요...또
흰뿌리 사이에 빈틈없이 붙어있는 흙을 털어내느라
수도꼭지를 틀면 흙냄새가 나요
' 맛없겠다..파가 딱딱해서..'
옆에서 궁시렁 거리네요..파가 딱딱해서 맛이 없겠다고
하지만 모르는 소리 하지마요
얘는 아마 꽃대를 올리면서
더 많이 아팠을꺼야
머리가 터지면서 심장이 터지면서 마침내 꽃을 피워 문거라구
그것도 모르면서 그저 '파'는 먹는것 쯤으로만
인식하는 나쁜 사람
그러니까 남들의 상처쯤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거지
괜히 파꽃때문에 혼난 남편
파꽃 /글과 사진 가을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