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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들이고 부부 애정지수 팍팍 높이는 비결

생활정보................./생 활 정 보

by 디자이너-이충길 2014. 10. 4.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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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쯤 오세요?"

남편이 얼추 집에 가까워졌겠다 싶으면 슬쩍 문자를 보내본다. 늘 고단하게 사는 사람이라 혹시 짧은 짬에 눈이

붙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화곡역인데 지금 버스 타려고."

간혹은 이런 응답이 올 때도 있다.

"오늘 좀 늦게 출발했어. 지금 영등포구청역이야."

화곡역이면 15분에서 20분 쯤 후면 우리 동네에 하차할 것이다. 영등포구청역이면 적어도 4,50분은 더 걸릴 것

다. 손놀림이 더 빨라진다. 남편 마중도 좋지만 집안이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다면 이 또한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예상 시간에 차에서 내릴 때도 있지만 때로는 지체될 때도 있다. 교통사정에 따라 다른 이다. 하지

만 남편이 올 때까지 끈덕지게 기다리며 그쪽에서 오는 버스의 뒷문쪽을 꼼꼼하게 살핀다. 남편 역시 정류소

부근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자신의 아내를 찾는다.

남편이 차에서 내리면 얼른 쫒아가 반갑게 인사한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요."

남편의 응답은 정해져 있다.

"아니야. 당신이 더 고생했지."

혹은

"당신도 고생했어."

 

 

 

어느 묵집 화장실 앞에 놓였던 항아리 화분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7분이다. 그 7분이 우리 부부에게는 천금같이 귀한 시간이다. 팔짱

끼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도란거리는데 도중에 지인들이라도 만나면 다들 은근히 부러워하는 눈치다.

물론 매일은 못한다. 남편 퇴근시간 안에 수업이 끝나지 않을 때가 많고, 수업이 끝나더라도 집안을 정리해야

하며 식사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남편 퇴근 시간 즈음하여 예고없이 나갔었다. 그러면 남편이 더 반가워했다. 그런데 간혹 길이 엇갈리

거나 남편이 직장에서 늦게 출발하여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하염없이 떨고 서 있어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루하거나 짜증스럽던 적은 없었다. 연애 때라면 같은 자리에서 몇 시간이라도 기다렸을 것 아닌가. 돈이 드

는 것도 아니고 남편이 좋아하는 일이니 그만한 수고로움이야 기꺼이 감수한다.

다들 바쁘다. 남편이나 나 역시 편안한 시간이 없다. 함께 여행을 다니거나 취미생활이라도 할 수 있다면 정

말 좋겠지만 쉽지가 않다. 일단 서로 시간이 맞지 않고 주어진 삶을 사느라 종일 분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남편 마중가기였다. 그런데 별것도 아닌 것 같은 마중의 효과는 실로 놀랍다. 남편은 자신을

마중나와 준 아내에게 무척 고마워하고 나 역시 남편을 기다리는 시간이 참 행복하다. 돈 들이지 않고 부부

애정지수를 팍팍 높여 주니 도랑치고 가재잡는 격이다.

부부관계가 덜커덕거리거나 관계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부들에게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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