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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구조, 건축 물리까지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나는 집

생활정보................./전원주택·인테리어

by 디자이너-이충길 2015. 7. 1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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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구조, 건축 물리까지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나는 집. 건축가와 건축주의 깊은 생각이 머무르고 간 이곳, 여유헌에서 진지함 속의 유쾌함을 찾는다.

 

 

↑ 다소 생소한 코르크 마감재로 눈길을 사로잡는 여유헌 외관

↑ 남쪽으로 대로를 끼고 자리한 땅의 단점을 상쇄하기 위한 건축가의 고민이 엿보인다.


건축가의 역할은 건축주의 희망 사항을 건축이라는 언어로 근사하게 번역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건축주의 요청사항은 저에너지소비의 건강한 주택, 그리고 편리하고 튀지 않는 집이다. 주어진 대지에 건축주의 꿈을 적절히 담아가는 작업을 시작해 본다.

이웃과 공존하면서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대지를 보고 첫 번째 든 생각이었다. 땅은 운중로 대로변에 면하고 있다. 세로로 긴 땅, 좌우 모두 집이 들어선 상황에 소음도 있었다. 오랫동안 땅의 주변을 돌아보며 시간을 보냈지만 답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운중로를 건너 빈 땅을 바라보고 다시 다가서기를 반복하며 땅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세로로 긴 땅은 운중로 변에 2.5m 건축한계선이 주어져 차량으로 인한 소음을 줄이는 조경 버퍼로 이용하게 되어 있다. 건축주는 2대의 차량을 차고에 넣기를 희망하기에 제한된 폭에 수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목구조 공법은 우수한 단열성능과 친환경적인 건강한 소재의 장점이 있는 반면, 차음과 긴 경간을 만들기에는 철골과 콘크리트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 그러기에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섞어서 구조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 보았다. 1층을 콘크리트구조로 하여 주차장의 넓은 경간과 1층 상부에 옥상정원을 만들고, 나머지 1층 부분과 2층은 목구조로 만드는 하이브리드 건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 결과 남북으로 긴 땅에 진입도로에서는 단아한 모습으로 닫혀 있고 내부에서는 동쪽에 독립된 마당으로 열린 집의 배치가 되었다.

[House Plan]

↑ 포르투갈의 유명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Siza)가 즐겨 사용하는 탄화코르크보드를 외장재로 처음 도입했다.

↑ 'ㄱ'자 직각 배치로, 집의 남동쪽에 작지만 아늑한 마당이 생겼다.


건축가라면 누구나 재료에 대해 고민을 한다. 특히 신소재에 대한 관심사일 것이다. 이전 작업에서 내부에 적용해 보았던 탄화코르크보드를 이번엔 외장재로 사용하고자 건축주와 상의를 하였다. 이 보드는 포르투갈에서 단열재 및 외장재로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첫 번째 시도이기에 조심스럽기도 했다. 이 집에 사용한 탄화코르크보드의 성능은 영하 180℃에서 영상 120℃까지 변형이 없으며 내구성이 약 50년이다. 또한, 두께 50㎜의 열전도율이 0.043W/㎡K로 단열재이자 방음•흡음 기능이 있어 외장재로 적용하기 적합한 재료라 판단하였다.

외장 디테일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보드를 붙이는 공법을 검토한 결과, 평활한 바탕을 만들고 레인스크린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판단했기에 목구조 외부 OSB 합판에 드레인랩을 시공 한 뒤 EPS 보드를 붙이고 탄화코르크보드를 부착하는 공법을 적용했다. 여러 가지 방법 중 가성비가 가장 높았고 고단열 외벽을 만드는 방안이기도 하다. 결국 외벽은 140㎜ 에코필에 40㎜ EPS 보드, 그 위에 50㎜ 탄화코르크보드로 되어있어 총 두께가 230㎜인 단열재가 적용된 셈이다.

집이 완성되고 나서 블로어도어 테스트를 한 결과, 1.3회/h의 수치가 나왔다. 패시브하우스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기밀한 집임을 알 수 있었고 고단열 효과가 나오리라 예상된다. 이러한 고단열•고기밀 주택에서는 열회수환기장치를 적용해야 한다. 여유헌에는 유럽형 열회수환기장치를 적용하여 운중로의 차량소음 및 매연으로부터 실내의 신선한 공기를 유지할 수 있다. 건축주가 내•외부 온도변화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니 이를 바탕으로 연중 통계를 만들면 정확한 이 집의 에너지 효율값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주방을 현관 근처에 배치해 맞벌이 부부의 바쁜 아침에 효율을 높였다.

↑ PLAN - 1F

↑ PLAN - 2F

↑ 2층 중앙은 가족실 겸 아이의 놀이터다.

↑ 1층 거실의 일부를 좌식으로 만들어 가변형 게스트룸을 두었다. 단출한 욕실과 화장실, 드레스룸이 안쪽에 자리한다.


집 내부는 '3+1'인이 사는 구성이다. 상주 인원은 부부와 아이이며, 친척 및 손님이 오실 때를 대비한 가변형게스트룸이 있다. 1층의 주방과 식당, 거실과 게스트룸은 모두 마당으로 연결된다. 1층은 이렇게 공용공간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마당은 철저히 독립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동쪽 마당은 넓은 데크로 비워져 있는데 이는 언제든지 무언가로 채워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가든파티, 캠핑, 탁구장, 농구장 등으로 상황에 맞게 즐기고 만들어 갈 수 있다. 운중로 변의 남쪽 마당은 유실수와 다양한 나무들이 심겨져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방과 가족실을 만나게 된다. 집의 내부는 놀이와 공부가 자연스레 연계되는 편리한 집이다. 가족실, 다락 오르는 계단, 아이 방 곳곳에 책을 담을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아무 데나 걸터앉아 책을 읽을 수 있게 배치했다. 가족실에서는 두 개의 다락을 볼 수 있는데, 안방 위의 다락과 아이 방의 다락은 각각의 기능을 달리한다. 아이 방의 다락은 방과 연결되어 있으며 방 외부의 클라이밍 벽과 연결되기도 한다. 주택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이는 집 안 곳곳이 놀이터요, 자연스럽게 운동이 될 수 있게 한 아빠의 배려이다. 튼튼하게 자라라는 부모의 마음은 커가면서 알게 되리라.

↑ 집 안 곳곳에 아이가 책을 보거나 뛰어놀 수 있도록 다양한 요소를 배치했다.

↑ 2층 테라스로 나갈 수 있게 창을 크게 낸 안방. 수납공간을 분리한 덕에 침대만 있다.

↑ 안방으로 향하는 동선은 방문 외에 화장대와 세면대, 드레스룸을 통해서도 연결된다. 사진은 안방으로 향하는 동선 중 유틸리티 공간

↑ 침실과 드레스룸, 공부방이 일렬로 배치된 아이 방. 다락으로 오를 수 있는 계단이 중앙에 자리한다.


건축주와 미팅이 끝나고 나면 며칠 뒤엔 많은 양의 질문사항과 요청사항이 메일로 보내져 왔다. 건축주의 직업이 연구원이다 보니 설계를 진행하면서도 연구하는 자세로 임해 주어 한편으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진지한 건축을 할 수 있었기에 감사하다. 이 집의 이름이 '생각이 머무는 집, 여유헌(餘惟軒)'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여유헌은 지금도 연구 중이다. 온도, 소음, 연료비 등에 에너지에 대한 연구, 그리고 편리한 공간들에 대한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과 환경이 삶의 질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다양한 시도와 사고의 확장이 담긴 이곳에 건축주 가족의 행복한 삶이 가득 채워지길 기대한다.

강승희 건축가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와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노바건축사사무소 대표 및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한국목조건축대전 대상, 제주건축문화대상 본상, 경기도건축문화상 금상 등 목조건축으로 다수의 수상을 하였으며,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는 시간의 흐름 속에 함께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따뜻함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02-333-5863, www.studio-no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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