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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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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이너-이충길 2016. 7. 2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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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안자의 이름을 따 부르는 말이다. 기존의 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공직자들의 비리를 막기 위해 고안되었으며, 제안 후 거센 반발로 3년가까이 표류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새롭게 주목받아 2015년 3월 3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 통과 이후에도 김영란법을 둘러싸고 강한 찬반 논란이 일었다. 이 법으로 인해 식사 대접, 명절 선물 등이 위축되어 내수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발과 '부패 척결'이라는 법 취지를 지켜야 한다는 찬성 여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를 반영하듯 법 제정 후 시행령이 나오는데 보통 몇 개월이 걸리는 반면 국민권익위원회는 법 통과 이후 1년 2개월 만인 2016년 5월 9일에야 시행령 안을 내놓았다.

김영란법 제안자, 김영란

이 법의 첫 제안자인 김영란 전 대법관은 대한민국 사법 사상 첫 여성 대법관이다. 대법관 임명 당시 16년만의 40대 대법관이자 사법연수원 기수에 따른 연공서열을 10년 이상 뛰어넘은 파격인사로 화제가 됐다. 여성의 종중원 자격을 인정하고 호주제와 사형제에 반대하며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에 찬성했다. 여성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신장하려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영란은 대법관 퇴임 당시 “퇴임 후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고 대법관 경험을 살려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선언해 ‘전관예우’ 관행이 만연한 법조계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그는 퇴임 이후 서강대 로스쿨 석좌교수로 강단에 섰다. 김영란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하던 2012년 8월 이 법을 제안했고, 같은 해 남편인 강지원 변호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직무 관련성’ 관계없이 금품수수 처벌

김영란 법의 핵심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공직자의 금품 수수를 처벌할 수 있게 했다는 데 있다. 이는 기존의 형법상 뇌물죄보다 한층 강화된 것으로, 그동안에는 ‘스폰서 검사'각주주) 나 ‘벤츠 여검사’각주주) 사건에서처럼 공직자가 금품 수수를 했더라도 공직자의 직무와 상관이 없다며 무죄 판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김영란 법에서는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와 관련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하도록 했다.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의 경우에는 직무관련성을 따져 해당되는 경우만 과태료(2배 이상 5배 이하)를 물게 된다. 또 금품을 제공한 사람도 똑같이 처벌된다.

미국의 반부패법도 직무관련성 여부를 묻지 않고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처벌하고 있다. 미국은 ‘뇌물 및 이해충돌방지법’ 제209조에 따라 공직자가 정부 외로부터 금품 등을 수수하면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에 처한다. 이 법은 제공자가 아무런 청탁을 하지 않고 단순히 금품 등을 제공한 경우에도 처벌한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를 통한 금품수수도 금지했다.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상관있는 금품을 수수한 경우 공직자가 이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공직자가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공직자들은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아는 즉시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해야만 하며, 신고하면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부과 등을 감경, 면제받을 수 있다.

식사 기준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식대·경조사비 등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금품의 범위는 시행령으로 정해진다. 국민권익위원회는 5월 9일 내놓은 시행령안에서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 원이 넘는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단체로 식사 대접을 받았을 경우 1인당 접대 비용은 n분의 1로 상한 여부를 따진다.

또 선물 금액은 5만원 이내로, 경조사비 상한액은 10만 원 이내로 제한했다. 경조사비에는 경조사 목적으로 보내는 화환이 포함되며, 경조사 목적이 아닌 승진 선물 등으로 화환을 보낸다면 5만원의 선물 기준이 적용된다.

외부 강의에 대한 상한액도 설정했다. 공직자의 경우, 장관급은 원고료를 포함해 시간당 40만 원, 차관급은 30만 원, 4급 이상은 23만 원, 5급 이하는 12만 원을 상한액으로 정했다.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직원의 경우에는 민간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직급별 구분 없이 시간당 100만 원까지 사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6년 6월 22일까지인 입법예고 기간 동안 공청회 등을 열고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 국무조정실과 법제처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령이 최종 확정되면 9월 28일 법안과 함께 시행될 예정이다.

부정청탁, 돈이 오가지 않아도 처벌

김영란법은 부정청탁과 관련한 처벌 규정도 강화했다. 기존에는 형법 130조에 따라 부정청탁의 대가로 금품이 오갔을 경우에만 뇌물수수, 배임수재 등으로 처벌했으나 김영란 법은 돈이 오가지 않은 부정청탁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했다. 부정청탁의 사례를 △인·허가 등에서 법령을 위반한 청탁 △입찰 경매 등 직무상 비밀 누설 요구 등 15가지로 제시했으며, 공직자가 이를 들어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부정청탁을 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은 ‘제3자를 통한 부정청탁’의 경우만 정했다. 본인이 직접 청탁하는 사례까지 금지하는 것은 합법적인 민원제기까지 가로막을 위험이 크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당사자가 제3자를 통해 공직자에게 부정 청탁했을 경우 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하고, 이때 제3자가 공직자일 경우 제3자도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당사자가 제3자를 위해 공직자에게 청탁하면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편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는 부정청탁의 예외로 규정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정무위 심사과정에서 ‘선출직 공직자가 제 3자의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부정청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삽입한 것. 이를 두고 ‘특권 지키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해충돌 방지’ 입법 가능할까

원래 김영란 법은 금품 수수와 부정청탁 금지, 이해충돌 방지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됐으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빠졌다.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 등의 자녀 · 취업 청탁 등을 막는 내용이다.

이해충돌'란 공직자 그 자신이나 친족이 직무와 사적 이해관계가 있어 직무수행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나 직무관련자와 금전·부동산 등의 거래하는 것, 소속 기관에 가족이 채용되도록 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국회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두고 '제한 대상이 포괄적이라 위헌 가능성이 크다'며 뺐다. 이와 관련해 '제2의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공직수행의 투명성 보장과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법률안'이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나 19대 국회가 끝나면 자동 폐기될 예정이다.

김영란법을 둘러싼 논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제기되는 논란은 주로 경제에 미칠 영향에 맞춰져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식사 대접, 선물 제공 등이 줄어들면서 외식업계와 화훼업계 등에 영향을 미쳐 내수 위축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4월 26일 "이대로 시행되면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국회 차원의 재검토를 요청했다. 농축산업계는 "금품수수 대상에 국내 농축산물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반영하듯 권익위가 내놓은 시행령안은 기존의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보다 완화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현재 행동강령은 선물 수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시행령에서는 5만원 한도로 허용해 촌지 수수가 여전히 나타날 수 있고, 경조사비는 행동강령의 5만원보다 2배인 10만원으로 늘어났다. 음식물 접대는 3만원으로 동일하다.

반면 김영란법을 시행해도 내수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미미할 것이며, 오히려 부정부패를 줄여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을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2년 낸 '부패와 경제성장' 보고서에서 "OECD 평균 수준만큼 청렴해지면 우리나라 1인당 명목 GDP(국내총생산)는 138.5달러, 연평균 성장률은 명목 기준 약 0.6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법의 대상이 지나치게 넓다는 비판도 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김영란법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까지 적용 대상으로 포함하는 문제에 대한 위헌 확인 헌법소원심판이 진행중이다. 대한변협, 한국기자협회 등은 2015년 3월 김영란법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법 시행 이전임에도 이례적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 확인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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