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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미림 황토 기왓장’, 족발을 마사지 하는 남자들

강원도 원주............./원주-맛집 이야기

by 디자이너-이충길 2013. 10. 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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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족발집은 흔하다. 그러나 맛있는 족발집은 그리 많지 않다. 쉬운 요리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아이템이 족발이다.

조리 방법이 의외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어쭙잖은 솜씨와 재료로 삶다가는 비린내나는 텁텁한 족발이 되기 쉽다. 시중의 많은 업소들이 삶아놓은 족발을 공장에서 공급받아 판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잘 삶겨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족발, 눈에도 좋고 혀끝에선 더 신난다.

지난해 강원도 원주에 문을 연 ‘원주 미림 황토 기왓장 족발’. 독특한 콘셉트로 맛에 묘미를 더하고 있다.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선한 국내산 족발 재료는 이곳에서 반나절 동안 여러 가지 조리과정을 거친다. 먼저 족발들은 두시간에 걸쳐 냉수 손 마사지를 받는다. 한겨울에도 차가운 물속에서 맨손으로 족발들을 하나 하나 정성들여 마사지한다. 정성원 대표는 “이런 냉수 손 마사지가 족발의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핏물이 골고루 빠져 돼지 특유의 비릿한 냄새와 맛을 없애고 쫄깃한 식감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깨끗하게 손질된 족발이 향하는 곳은 식당의 뒷마당에 자리잡은, 자물쇠가 굳게 채워진 비밀 주방이다.

정성원 대표가 서울 구의동에 있는 유명 족발집인 ‘미림 족발’에서 삼고초려 끝에 배운 족발 삶는 기술과 30여 가지의 재료들, 그리고 정 대표가 새롭게 추가한 레시피가 집약 되는 공간이다. 족발을 삶아내는 이 주방은 종업원들도 들어 갈 수 없는 ‘접근 금지 구역’이다. 족발의 맛이 삶는 과정과 재료에서 나오다 보니 함부로 공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펄펄 끓는 솥 안에서 30여 종의 양념과 한약재가 반나절 동안 요동치고 나면 윤기 흐르는 족발이 자태를 자랑한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족발은 능숙한 주방장의 칼질로 한입 가득히 들어갈만큼 두툼한 크기로 썰린다. 뒤이어 치악산 자락의 농장에서 자란 신선한 야채에 청양 고추를 듬뿍 넣어 만든 매콤한 김치와 무채, 그리고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모양새를 갖춘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손님들의 테이블로 옮겨지기 전, 마지막으로 족발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오븐에서 달구어진 100년된 황토 기왓장이다. 이 기왓장이 이 집의 테마인 ‘뜨거운 전용 접시’다.

따뜻한 상태에서 먹어야 부드럽고 담백한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족발의 특성상 식사 도중에 식지 않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특별한 방법이 필요했다. 그 해답으로 찾은 게 바로 기왓장이다. 정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던 한의사로부터 황토를 이용해 보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보온력이 뛰어난 황토 소재에 족발을 올려 놓으면, 따뜻한 온기를 오래 유지하면서 돼지의 기름과 냄새를 황토가 흡수해, 소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정 대표는 고향 마을에 있던 옛 한옥의 황토 기왓장을 기억해냈다. 지은 지 백년이 지난 고택의 기와는 요즘 생산되는 기와와는 달리 황토와 흙만으로, 일일이 손으로 반죽해 만들어졌다. 집 주인에게 사정 끝에 100개를 얻어 한달 동안 끓는 물에 삶아 세척하고, 고기 기름을 발라가며 뜨거운 불에 굽기를 수십차례…. 상당수 기와는 이러한 과정을 견디지 못해 도중에 부서져 버렸고 겨우 30여 개를 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어렵게 확보한 기왓장은 톡톡히 제 몫을 했다. 족발의 따뜻한 온기를 유지시켜 족발의 부드러운 식감이 오래 유지 되게 하는 것은 물론, 황토가 마치 숨을 쉬듯 기왓장 표면에 촉촉하게 족발 기름을 머금는다.

이 집의 또 다른 대표 메뉴인 보쌈 역시 족발 만큼 복잡한 조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족발과 마찬가지로 오븐에서 달구어진 황토 기왓장에 올려져 손님 테이블에 나선다. 약한 불 위에 얹힌 돌판에서처럼 나직이 지지직거리는 소리는 속 깊은 기름을 떨궈내는 양 다정스럽다. 살짝 느껴지는 삼겹살의 식감 뒤에 곧바로 따라오는 보쌈의 담백한 맛은 여성 입맛에 제격이다.


족발과 보쌈을 주문하면 에피타이저로 매일 통영에서 배달되는 신선한 굴이 제공되고, 메인 식사가 끝난 뒤에는 사과와 배로 육수를 낸 막국수가 술꾼들의 헛헛한 속을 채워준다. 이 막국수는 추억의 양은도시락 통에 담겨 더 정겹다.

정성원 대표는 “족발과 보쌈은 그날 그날 반나절을 푹 삶아 바로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어요. 맛을 유지하기 위해 작은 가마속에서 매일 정해진 양만큼만 삶기 때문에, 아무리 주문이 몰려도 그날 삶아놓은 족발이 떨어지면 더 이상 주문은 받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서울의 대형 한식점 체인 메니저 출신인 정 대표가 굳이 강원도에 자리잡은 이유도 재미있다. 좋은 먹거리를 직접 재배해 착한 가격으로 내놓을 수 있는 적소이기 때문이란다.

인근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야채를 그날 그날 수확하여 음식을 만들고, 손님들에게 쌈채소로도 제공하는 정 대표는 향후에는 깨끗하고 넓은 환경에서 돼지를 방목하면서 각종 한약재를 먹여 직접 키워 프리미엄 족발을 만들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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