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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자전거여행자 천국

라오스로 떠나자......./라오스소개

by 디자이너-이충길 2013. 11. 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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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는 자전거여행에 있어 천국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용한 도로, 깨끗한 자연, 친절한 사람들이 있기에 이곳에 온지 3일밖에 안 됐지만 여행의 행복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사랑의 짝대기를 이런 식으로 하나? 젊은이들이 모여 지그재그로 공을 주고받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이 놀이를 할 때면 모두들 치렁치렁한 전통복장을 입고 있는 게 특이했다.


포사반주 주도, 샘누아에 도착했다. 한 주를 대표하는 곳이라 하기에 외관상 믿을 수 없이 작았다. 샘누아를 보며 라오스는 우리나라 국토면적보다 더 크지만 인구는 800만밖에 되지 않는 소국이라는 사실이 실감이 들었다.



샘누아를 지나자 본격적인 롤러코스터 산악지형이 등장했다. 한 자전자여행자로부터 라오스에는 20,30km 오르막이 부지기수로 있으니 단단히 준비 잘하고 가라는 충고를 들었었는데, 그렇다면 이제부터 진정한 라오스와 만나게 되는 걸까? ....업, 업, 업...자전거를 끌고 한참을 오르다 보니 어느덧 낮게 깔린 구름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구름사이로 들어와 보니 아래와 천지차이다. 기온은 뚝 떨어졌고 습도는 100%가 넘을 정도로 눅눅했다.




자전거를 끌고 이곳을 지나는 내 자신도 대단했지만 이곳을 삶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대단하다고 느꼈다. 높은 고도에서 불구하고 마을이 존재했고 사람들은 삶을 일구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 된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 끝없이 이어진 업앤다운, 롤러코스터 도로를 달리며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내 던지고 싶다는 충동마저 느꼈다. 신이 지구를 만들 때 아마도 라오스는 구겨진 초록종이로 꾸미지 않았을까? 정말로 이곳에서 넓은 평지는 눈 뜨고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오직 산과 고개만 있을 뿐이었다.


 

오르막을 오르는 힘든 순간을 놓칠 수 없어 오랜만에 셀카도 찍어주고....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아니었다.

 

여행 시작하고 처음으로 몸무게를 재봤다. 그런데 저울을 보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여행 전 63kg 몸무게는 온데간데없고 54kg를 찍고 있을게 아닌가. 4개월 간 9kg가 빠졌으니 많이 달리긴 달렸나보다. 이제부터 고기 좀 자주 먹어주고 쉬엄쉬엄 달려야 되겠다.



산도 산이었지만 지나는 곳이 오지 중의 오지라 식당 찾기도 하늘의 별 따기였다. 산을 넘고 넘어도 조그마한 마을 구멍가게만 나올 뿐 식당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염치 불구하고 마을사람들에게 밥을 청했는데, 그 때마다 언제나 흔쾌히 곳간을 열어 식사를 대접해 주었다. 사진처럼 밥에 간단한 풀 반찬만으로도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식사를 대접해 주었던 고마운 라오스 가족




뿐만 아니라 이날 저녁초대도 받아 푸짐한(?) 리얼 라오스 음식도 먹을 수 있었다. 산속 오지라 이들 생활은 팍팍했지만 마음만큼은 푸짐했다.



2012년 1월 1일 새해는 한 시골학교 창고에서 조용히 맞이했다. 학교 관리하시는 분이 창고에서 잘 수 있게 배려(?) 해 주셔서 이곳에 침상을 펼쳤는데 새벽 내내 팔뚝만한 쥐들이 창고를 싸돌아다니는 바람에 악몽 같은 새해를 맞이했다.

 

라오스 이곳저곳에서도 2012년 첫날을 맞아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마을사람들 모두 모여 공 던지기 놀이를 즐기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자주 마주쳤고....


집이 무너질 정도로 크게 음악을 틀어 놓고 새해맞이 마을잔치를 벌이는 곳도 있었다. 마을사람들 초대로 즐거운 새해맞이 잔치를 함께 할 수 있었다.


파파야와 마늘,고추,양파등 가진 야채를 섞어 만든 샐러드, 솜탐.

4년 전 태국 여행할 때 맵고 똑 쏘는 맛에 중독되어 자주 먹었던 음식이었는데 라오스 사람들도 이 음식을 즐겨 먹고 있었다. 맛은 태국보다 더 강력했다.



잔치에 술이 빠질 수 있나... 마을사람들은 술도 재미나게 먹고 있었는데 항아리에 쌀을 가득 담아 그 위에 물을 부은 뒤 가장 아래에 잠긴 발효된 술을 대나무 빨래도 뽑아 마시고 있었다. 술맛은 시고 달달한 게 때가 지난 막걸리 맛과 비슷했다.


마을사람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길, 아니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며칠 전과 달리 오르막은 그렇게 힘들고 지루하지 않았다. 길가에는 라오스 사람들의 활기참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먼저라 할 거 없이 눈을 마주 칠 때마다 사바이디~인사를 했고 이런 인사에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이어갈 수 있었다.


돼지들도 평온하기 그지없었고...

 


길 위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언제나 환한 웃음과 인사로 맞아주었다.

 

 


때로는 내가 힘들어 보였는지 자전거를 직접 끌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100m도 못가 힘들어 포기하는 아이들, ㅋㅋ



환한 미소와 때 묻지 않은 순수성이 살아있는 이곳, 라오스가 점점 좋아진다

 


전날부터 시작된 오르막이 오전 내내 계속됐다. 속도계에 하루주행거리 30Km가 찍힐 때쯤 오르막 끝자락과 마주쳤다. 동시에 우중충한 날씨가 걷히고 청명한 하늘이 나타났다. 이곳부터 고생 끝 행복이 시작되는 것일까?


따뜻한 햇살, 선선한 바람, 깊은 숲 속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까지....오르막에 지친 마음이 한순간에 100%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도로 옆에는 울창한 열대우림으로 가득 했기에 한동안 즐거운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울창한 밀림으로 둘러싸인 길을 빠져 나와 고산족이 살고 있는 마을과 만났다. 이곳은 해발 1000mm가 넘는 곳으로 라오스 소수민족 중 하나인 몽족이 살고 있는 지역이었다.


산, 산, 그리고 또 산....라오스 북동부를 달리며 정말 제대로 산과 만나고 있다. 이 지역은 인구가 희박하고 자연환경이 잘 보전되어 있기 때문에 지구상 가장 희귀종 중에 하나인 사올라가 서식할 정도로 깨끗한 곳이다.

비록 안타깝게도 사올라는 볼 수 없었지만, 어쨌든 해는 저물고 텐트 자리를 물색할 시간이 다가왔다.


이 날 텐트를 친 곳은 몽족 마을의 한 학교 운동장. 텐트를 다 칠 무렵 Nice to meet you 하며 갑자기 등 뒤에서 영어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한 젊은 친구가 반갑게 악수를 청하며 이 학교 선생님으로 재직 중인 쳉이라 자신을 소개한다.

이 친구 초대로 학교 숙사 안에서 저녁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기숙사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시설도 열악했다. 하지만 쳉은 내년에 새로운 학교 건물과 기숙사를 지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참고 지낸다고 한다. 라오스에 대해 그동안 궁금했던 점들을 이 친구에게 물어보며 밤새 함께 수다를 떨었다. 쳉은 23살 젊은 청년으로 아직 미혼이었기 때문에 이 산골 오지에서 벗어나 도시로 전근가기를 원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자욱이 낀 안개가 사이로 들리는 아이들 웃음소리에 잠에서 깼다. 7시도 되지 않았는데 등교한 아이들로 학교 안은 벌써부터 붐비기 시작했고 이런 아이들로부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며 서둘러 떠날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7시를 넘기자 교실 안은 벌써부터 수업을 기다리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청과 작별인사를 한 후(사진 맨 왼쪽 인물은 이 학교 교장 선생님) 서둘러 길을 나섰다.

 

 

몽족 마을모습.....몽족은 라오스 영토 안에 살고 있지만 자신들만의 언어와 문화를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틀에 걸쳐 오른 산을 단 2시간 만에 내려왔다. 내리막 끝에는 마치 아프리카 초원을 연상시키는 넓은 분지형 도시, 무앙캄(Muang Kham)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에 라오스에도 이런 평지가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라오스 여행 시작하고 처음으로 만난 넓은 평지가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한창 무앙캄 도심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 오토바이를 탄 젊은 친구가 다가오더니 내게 영어로 이것저것 물어오기 시작했다. 어디서 왔냐?, 라오스 온지 얼마나 됐냐?, 라오스 어떻냐?....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이 친구 뒤로 오토바이를 또 다른 친구들이 한 무대기 나타났다.

새해축하파티를 위해 모인 친구들, 라오스 젊은 친구들 노는 모습도 궁금하고 목도 마르기에 나도 이들 사이에 껴 간단히 맥주 한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맥주를 참 잘 마시던 라오스 젊은 친구들. 이방인인 나를 안주삼아 술 마시고 노래 부르며 즐기는 모습이 우리와 많이 다르지 않았다.


살짝 올라 온 취기를 가지고 미국과 전쟁 중 공중폭격을 피해 민간인들이 숨어지내던 탐피우 동굴을 방문했다. 공산당 수뇌부 근거지였던 비엥자이와 달리 이곳은 오직 민간인들이 미군 공중폭격을 피해 숨어 지내던 곳이었다. 입구부터 그 날을 잊지 않겠다는 강한 투지가 담긴 조형물이 버티고 있었다.


피난처로 쓰이 던 동굴 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으며 어두컴컴했다. 1968년 미군이 쏜 폭탄이 정확하게 이곳을 강타하며 숨어 있던 수백 명의 민간인이 죽었다고 한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희생당한 영혼을 위령하기 위해 심어 놓은 향초가 동굴 곳곳을 장식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공중폭격을 피해 동굴 안에서 숨죽이고 숨어있어야만 했던 두려운 순간들, 그리고 갑자기 안으로 들이닥친 폭탄....

동굴 안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줄기를 바라보며 그 당시 끔찍하고 잔인했던 순간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40년 전, 멀지 않은 과거에 미국과 이념을 가지고 치열한 전쟁을 벌였지만 지금은 전 세계인들의 관광 처로 각광받고 있는 라오스 모습, 참 역사는 아이러니하다.



동굴 밖에는 전쟁의 잔인함을 증언하는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인도차이나 전쟁 사진과 미군이 폭격했던 폭탄 그리고 동굴 안에 숨어 지내며 사용했던 간단한 생활도구가 전시되어 있었다.


 
전쟁 당시 사용되었던 폭탄과 수류탄

 

 

 


미군은 라오스 공산당이 숨어있어 보이는 곳에 무차별적으로 공중폭격을 가했기 때문에 죄 없는 민간인들이 많이 희생당했다. 뿐만 아니라 이 때문에 수많은 불교 문화재들도 파괴되었다고 하니 더욱 가슴 아픈 일이다. 박물관을 걸어 나오며 라오스 사람들 미소 뒤에 아픈 역사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터지지 않은 불발탄이 라오스 사람들에게 아직도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로 남아 있었다. 통계에 따르면 불발탄 폭발로 하루에 한명 꼴로 희생당한다고 한다. 가게나 가정집 앞에는 불발탄이 버젓이 장식되어 있는 모습도 흔했으며, 특히 아이들이 뛰어 놀다 뭔지 모르고 건드리는 바람에 터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커다란 위험이 된다고 한다.


길 위에서 만난 불발탄(UXO) 제거작업팀. 전쟁이 끝난 지 35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곳곳에 숨어있는 불발탄을 제거하기 위해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작업이 끝난 곳은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사인이 붙어 안전한 곳임을 입증하고 있었지만 지워지지 않은 전쟁의 흔적은 아직도 살아남아 라오스 사람들에게 커다란 두려움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라오스는 15일만 체류 가능하기 때문에 이곳 무앙캄을 기점으로 다시 남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베트남으로 향했다. 번잡함과는 거리가 먼 조용한 도로, 라오스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일까? 그동안 거쳐 왔던 산악지대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조용하고 한적하기 그지없다.



담도 운동장도 없이 진정한 방목교육을 받고 있는 라오스 아이들...^^



무앙캄에서 남동쪽으로 70km 정도 달려 베트남 진입 전 마지막 도시 남칸(Nam Khan)에 도착했다. 국경과 가까운 도시라 라오스국기와 공산당 상징 깃발이 만들어 내는 붉은 물결이 도로에 차고 넘쳤다.


남칸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무대에서는 인도풍 라오스 음악이 귀를 찌르듯 크게 울려 퍼졌고 무대 아래로 마을사람들이 모여 덩실덩실 춤을 추며 축제를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한창 물이 올랐을 때쯤 무대 위로 특별 손님들이 등장했다. 라오스 전통복장을 입고 젊은 아가씨들이 무대에 등장하더니 음악에 맞춰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다니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각자 등 뒤에 옥수수 한 바구니씩 달고 있었는데 아마 추수를 기념해 추는 라오스 전통춤 같았다. 예쁜 라오스 아가씨들 공연을 마지막으로 베트남으로 향했다.



베트남 국경을 10Km 남겨두고 날씨가 심상치 않게 변하기 시작했다. 라오스 쪽은 청명한 하늘과 강한 햇살로 가득했지만 베트남 쪽에서 뿌연 안개가 산 굴곡 사이로 스멀스멀 넘어오고 있었다.


안개 사이로 들어옴과 동시에 세상도 한순간에 변했다. 앞으로 전진할 수 없을 정도로 안개가 앞길을 가렸고 도로는 두껍게 쌓인 진흙으로 질척였다. 남중국해에서 몰려 온 습한 공기가 라오스와 베트남 국경을 가르는 통킨산맥과 부딪치며 심한 안개와 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런 심한 악조건을 뚫고 오후 5시 국경이 닫힐 때쯤 베트남-라오스 검문소에 도착했다. 날씨가 이렇게 변할 줄 알았으면 남칸에서 하루 묵고 아침 일찍 출발하는 건데 후회감이 밀려온다. 시간도 늦어지고 이런 악조건 속에서 텐트 칠 자리도 찾아야 되는데....베트남에서 상황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 태산처럼 커져만 갔다.



서둘러 출국 수속을 마친 후 베트남 쪽으로 넘어왔다. 11일 만에 다시 만난 베트남, 어두운 안개와 두껍게 깔린 진흙이 반갑게(?) 맞아주는구나. 단단히 몸과 마음을 무장한 후 베트남으로 힘차게 페달을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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