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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다와 아름다운 동산, 천리포 수목원에~

생활정보................./생 활 정 보

by 디자이너-이충길 2014. 1. 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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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바다를 두른 채, 둥게둥게 혼자서도 행복한.

묵은 얘기 두런두런 풀어가며 서로서로 다정한.

나무와 꽃과 연못, 오붓한 길과 산들거리는 바람.

그늘 한 자락, 의자 하나도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는 그곳.

천리포수목원에 다녀왔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섰지만 태안은 그리 만만한 거리가 아니었다.

부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태안까지 2시간 40분.

태안에서 수목원까지는 20분 남짓.

바로바로 차가 연결이 된다면 3시간이면 넉히 갈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시골 교통은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다.

배차 간격이 길고 직통버스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태안에서 수목원행 버스가 바로 이어졌다. 우와, 이 무슨 행운?

 

“빨리 가면 차 탈 수 있어요.”

 

못 타면 책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급히 표를 끊고 돌아섰는데 동행한 이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 간 거야? 전화했더니 빵 사고 있단다.

허겁지겁 탑승하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잠깐 사이 버스가 사라졌다.

부천에서 출발할 때는 약속 시간보다 늦게 나와 예정된 차를 못 타게 하더니(대합실에서 1시간 20분을 죽였다.)

이번에는 2분 때문에 18,000원짜리 택시를 탔다.

자주 올 수 있는 거리가 아니어서 여기 저기 욕심껏 눈에 담으려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동행하는 이가 거들어주지 않으니 별 수 없다.

 

 

 

수목원 근처에는 식당이 없다고 하여 만리포해수욕장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가 만리포해수욕장.

몇 년 전, 기름 유출 사고 현장이라고 했다.

서해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물이 맑았다.

닦아도 닦아도 꺼멓던 바다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한가롭게 출렁이고 있었다.

황태해장국과 산낙지를 시켜 먹고 만리포부터 걷기 시작했다.

 

“금방 가요. 빨리 가면 5분이면 갈 거구먼요.”

 

충청도 사람들의 5분은 20분으로, 4배수가 되었다.

더웠지만 바람은 시원했다. 비싼 택시 타고 비싼 밥 먹었으니 그 정도야 걸어야지.

바다가 끝나지 않은 곳에 수목원 간판이 보인다.

수목원은 만리포 끝 지점, 천리포가 시작되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상당히 넓어유~.”

 

택시 기사님 말을 들었을 땐 아침고요수목원 정도 되나보다, 지레 짐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사정없이 축소된 크기다.

전체 18만평 중 일반인들에게 공개한 숲은 2만 평 정도라고.

 

 

 

천리포수목원은 민병갈(본명 : Carl Ferris Miller)씨가 40년 동안 손수 가꾼 숲이다.

그는 미국 펜실베니아주 웨스트프츠텐에서 태어나 스물넷에 미군장교로 한국에 왔다.

한국이 좋아 끝내 한국인으로 귀화한 그는

57년 동안 이 땅에 살며 천리포의 나무와 숲, 자연을 가꾸는 일에 모든 것을 바쳤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문국현씨가 이사장으로 수목원을 맡았다.

 

 

 

천리포수목원은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에서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에서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 받았다.

부지는 그다지 넓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최대 식물종(15,000종)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 이곳은 오랫동안 완전히 개방되지 않았었다.

영리목적이 아니라 공익목적, 학술목적으로 만들어진 수목원이기 때문이다.

 

 

 

천리포수목원은 다른 수목원들과 확실히 달랐다.

나무들은 제 편할대로 가지를 뻗고 어울렁 더울렁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넝쿨식물이 감고 있는 쪽은 아예 잎을 피워내지 못하거나 시름시름 앓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도 강제로 갈라놓은 흔적이 없다. 과연 ‘천연수목원’이다.

 

 

그곳에 있는 나무들은 거의 다듬어지지 않은 채였다.

그저 저희들끼리 평화롭다.

위에 있는 나무들이 산들거리며 빛의 길을 터주면 아래 있는 나무들은 그 빛을 받아 먹으며 제몫을 다하고 있었다.

참으로 숲의 질서는 정연하다.

 

 

 

오밀조밀한 길 이쪽저쪽으로 낯선 꽃과 나무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의연하게 서 있다.

나무나 꽃들은 종류별로 식재되어 있었다.

동백원, 수생식물원, 수국원, 호랑가시나무원.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연못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듯 연꽃들이 빽빽하다.

 수목원 중간중간 송백나무로 지은 집, 서울 모처에서 원형 그대로 옮겨다 놓은 한옥 등이 군데군데 들어서 있다.

이름하여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이 묵어가는 곳이거나 직원들의 숙소라고 했다.

천리포수목원은 그야말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천혜의 공간이다.

 

 

 

만리포부터 시작된 바다는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로 이어진다.

이어 이어 해변을 따라 걸어도 좋다.

만리포부터 천리포 끝까지의 거리는 3km. 천천히 걸어도 4,50분이면 된다.

특히 해질녘 산책을 추천하고 싶다. 국사봉 산길을 걷는 것도 좋다.

이 코스는 해변 산등성 숲길이다. 4.5km 코스. 한 시간 반이면 넉넉하다.

 

 

 

 

 

 

 

   

수목원 건너편으로 낭새섬이 보인다.

닭섬으로 불리던 것을 민병갈님이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민병갈님이 그리도 아꼈다는 블루베리.

그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이 나무 아래 와서 한참씩 머물렀다.

 

또 열매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들어 이 나무에만 그물을 쳤다.

나무도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았을까?  

그가 떠나던 해 처음,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고.

 

 

   

 

 

 

 

 

 

          

민병갈님이 철거위기에 있는 홍제동의 한옥을 옮긴 것이다.

 

                                                

                  

1년 내내 예약하려는 이가 줄을 선다는 게스트 하우스

 

                              

 

 

찾아가는 길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 천안에서 서산을 거쳐 태안, 만리포, 천리포로 간다.

  서해안 고속도로 - 서산 나들목에서 태안, 만리포, 천리포로 간다.

   

<대중교통>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태안행 버스를 타고 내려 천리포수목원행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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