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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는 실제상황입니다"…볼보트럭의 위험한 실험

광고자료.............../광고이야기

by 디자이너-이충길 2014. 8. 2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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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트럭이 전 세계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까?”


지난해 신형 트럭 모델 5대를 잇달아 선보일 계획이던 볼보트럭은 광고 제작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신제품의 기능을 단번에 보여주면서도 시청자들이 지루해하지 않을 재미 요소가 필요했던 것.

 

"이 광고는 실제상황입니다"…볼보트럭의 위험한 실험

 

백문이 불여일견. 볼보트럭은 ‘라이브 테스트(live test)’라고 불리는 6편의 시리즈 광고를 제작해 트럭의 기능을 직접 시연하기로 했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 액션영화를 방불케 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예컨대 ‘햄스터 스턴트(The hamster stunt)’편에서는 자칫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질 수 있는 좁은 길을 15톤 볼보트럭이 아슬아슬하게 지난다. 놀랍게도 운전사는 사람이 아닌 햄스터. 핸들 위를 기어 다니는 햄스터를 당근으로 이리저리 유인하면서 방향을 전환하는 무모한 시도가 펼쳐진다.

이런 ‘황당 시리즈’ 가운데서도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마지막편 ‘에픽 스플릿(Epic Split)’이다. 액션배우 장 클로드 반담이 등장해 두 대의 트럭 사이에서 그의 전매특허인 다리찢기 동작을 뽐내는 광고다.

스웨덴 광고회사 포스만&보덴포르스 코텐부르크는 이 광고로 칸라이언즈에서 필름 부문 그랑프리, 부산국제광고제에서 최고상인 그랑프리 오브더이어를 받는 등 최근 주요 광고제를 휩쓸고 있다. 21일 이 회사에서 미술감독(art director)을 맡고 있는 요아킴 블론델(사진)을 부산 벡스코에서 만났다.


"이 광고는 실제상황입니다"…볼보트럭의 위험한 실험

 

-광고를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제작했나.
“동이 틀 무렵, 스페인에서 아직 문을 열지 않은 한 공항에서 찍었다. 경사가 없고 직선의 도로가 넓게 펼쳐진 곳이다. 이 곳에 볼보 트럭 두 대가 나란히 정지해있다. 장클로드 반담은 두 대의 트럭 사이드 미러에 한 발씩 딛고 서 있다. 잠시 후 트럭 두 대가 간격을 서서히 벌리면서 후진하기 시작한다. 이때 장 클로드반담 다리도 점차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선 그가 트럭 사이에서 다리를 완전히 벌린 ‘에픽 스플릿’을 보여준다. 두 대의 트럭이 같은 속도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야 그가 떨어질 위험이 없기 때문에 전문 트럭 운전사를 고용해 수없이 연습했다.”


"이 광고는 실제상황입니다"…볼보트럭의 위험한 실험

 

-흥미롭지만 위험한 연출이다. 대역을 쓰거나 특수 효과를 쓰지 않았나.
“대역은 없다. 장클로드 반담이 모든 것을 다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안전 장치를 설치했다. 장클로드 반담이 발을 딛는 사이드미러를 더 단단하게 고정했고, 화면엔 보이지 않지만 몸에 와이어도 연결했다. 촬영 내내 장클로드 반담은 자신감이 넘쳤다. 오히려 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우리 회사 사람들이 더 걱정했을 정도다.”

-이렇게까지 과감한 시도가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기존 광고와 차별화할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광고주인 볼보트럭이 특별히 주문한 부분이다. 눈길을 휘어잡을 오락적 요소를 통해 제품 특징을 단번에 각인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예컨대 ‘에픽 스플릿’ 편은 장 클로드 반담의 다리찢기를 통해 볼보 트럭의 핸들 조작이 매우 안정적이고 정확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더 훅(The hook)’ 편에서는 볼보트럭 사장이 공중 20m 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트럭 위에 서 있는 모습이 담긴다. 볼보트럭의 견인용 훅(towing hook)이 매우 튼튼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광고 제작시 어떻게 역할을 배분했나.
“사실 우리 회사는 업무 분담이 따로 없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든, 아트 디렉터든 제작 과정의 전 부분에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이번 광고의 경우 기획 단계에 많이 참여했다. 광고 제작 과정에서 트럭 운전수와 기술자 여럿을 만나 심층 인터뷰했다. 트럭은 그들의 일터다.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트럭 안에서 보낸다. 트럭의 성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트럭과 감정적인 교감도 한다. 인터뷰 도중 우연히 한 운전사가 이런 말을 했다. ‘볼보트럭이라면 후진으로도 잘 달릴 수 있겠다.’ 여기에서 발상을 얻어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이 광고는 실제상황입니다"…볼보트럭의 위험한 실험

 

-작품성이 뛰어난 광고는 판매율이나 인지도 제고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징크스가 있는데, 광고 효과가 어땠나.
“광고가 입소문을 타면서 인지도가 크게 올랐다. 유튜브를 통해 광고를 시청한 수는 10억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영상을 공유한 건은 80만건에 이른다. 트럭 운전기사 사이에서 볼보 트럭 인지도가 46%가량 상승했다.”

-올해 부산국제광고제 최고상이 모두 자동차 광고다. 볼보트럭과 함께 혼다자동차와 뷰익이 받았는데 이들 광고를 어떻게 평가하나.
“공익 부문에서 상을 받은 뷰익의 ‘인간 교통표지판(Human traffic sign)’은 사회적인 이슈를 잘 짚었다. 미술 감독으로서 평가해봤을 때도, 미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혼다 광고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24년 전 자동차 경기를 재현한다는 발상도 재미있고 일본 특유의 분위기도 잘 녹아들었다.”

-예비 광고인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별로다 싶은 광고를 보고 ‘내가 제작자라면 어떻게 바꿔볼까’ 고민해보는 것이 좋은 연습이 된다. 이 작업이 쌓이면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되기도 한다. 앞으로 광고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면 이런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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