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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통해 더욱 풍성해진 마당과 집 이야기

생활정보................./전원주택·인테리어

by 디자이너-이충길 2014. 10. 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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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들이 촘촘히 들어선 택지지구에서 담장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건축 요소이자, 주택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마지막 한 수다. 거주자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면서, 지나는 이들에게는 흥미를 유발하는 원동력이 되는 담장. 그로 인해 행복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는 주택을 만났다.

↑ 주차장에서 바라본 모습. 라임스톤으로 치장된 담장이 마당을 둘러싸고 있다.

 

↑ 대지가 단지의 초입, 코너에 위치한 탓에 담장을 세워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동시에 마당의 활용도를 극대화 하였다.

↑ 측면에서 바라본 모습. 직선이 강조된 건물의 매스가 돋보인다.

↑ 건물 내 모든 공간의 한 면은 마당을 향해 열려 있다. 주차장 역시 안마당과 뒷마당, 도로를 향해 오픈되는 구조다.


인천 한화지구의 단지 초입, 라임스톤과 금속패널로 깔끔하게 마감된 ㄱ자 집이 들어섰다. 이 집의 이름은 '총명한 지혜와 두터운 인망으로 이곳에서의 삶이 행복이어라'는 의미의 '세봉'. 대지를 따라 앞마당을 둘러싼 아이보리 톤의 담장이 주택의 견고함을 한층 강조한다.

많은 이들이 오고가는 길목에 자리한 만큼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건축가에게는 중요한 숙제였다. 지나치게 오픈된 공간이 야기하는 생활의 불편함에 대한 고민과, 적절한 닫힘과 열림이 조화를 이루도록 해법을 제시해야 했다.

또한 마당에 대한 건축주의 높은 기대치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가족이 함께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으로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거리낌 없이 생활할 수 있는 마당을 바랐기 때문이다. 결국, 단순히 건물의 이미지보다는 '마당을 어떻게 계획할 것인가'가 초기 설계의 가장 중요한 방향이 되었다.

하얀 라임스톤의 매스로부터 길게 이어진 담벼락을 따라가다 보면 선명하게 눈길을 끄는 대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제일 처음 가벽을 만나게 되는데, 진입과 동시에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장면을 한번 걸러주는 동시에 그림 등을 걸 수 있는 아트월의 역할도 담당한다. 둘러쳐진 담장은 편평한 잔디밭에 멋들어진 수형의 소나무로 수놓아진 마당을 온전히 품고 있다.

아래층의 거실과 주방, 식당을 비롯해 2층에 위치한 각 침실이 모두 마당을 향한다. 이로써 내부의 모든 행위와 움직임은 마당과 연결되어 일어나게 된다. 거실 앞쪽으로는 널찍한 데크를 마련하여 실용적인 휴게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 대문에서 바라본 마당. 디딤석을 따라 현관으로 다가가면 아름드리 소나무 두 그루가 그늘을 드리운다. 거실 앞 데크에는 야외용 소파 테이블을 두었다.

↑ 거실에서도 마당이 훤히 내다보여 시선의 머무는 범위가 일반 주택들보다 훨씬 넓다. 담장은 구획의 의미인 동시에 확장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 PLAN - 1F

↑ PLAN - 2F

↑ 주방과 거실 간 통로는 필요에 따라 투명 통유리창으로 구획하여 전체적인 소통의 의미를 이어간다.

↑ 3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실은 천장을 기하학적으로 디자인하여 전체적인 인테리어의 완성도를 높였다.

↑ 2층 자녀방으로 연결되는 통로에는 벽을 가득 메운 책장을 짜넣었다.


실내에서 바라보는 구획된 마당공간은 예상과 달리 내부에서의 시야를 더욱 확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흔히 외부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창마다 블라인드를 내린 다른 집들과 달리, 이 집 거실과 주방의 전면창은 아무런 제약 없이 벽면을 꽉 채우는 스케일을 자랑한다. 기대 이상의 넉넉함과 안정감은 모두 높은 담장 덕분이다.

실내는 안주인의 감각이 빛을 발한다. 공용공간은 외부의 라임스톤 컬러와 베이스 톤을 맞추고 고전미가 물씬 풍기는 미술작품들과 모던한 가구들로 연출했다. 각 공간이 모두 연결되어 있지만 통유리문으로 구획을 나눈 것 또한 눈여겨 볼 만하다.

2층은 자녀들을 위한 공간과 복도 등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들이 엿보인다. 가족실을 비롯한 모든 방향에서 마당이 내려다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마루 바닥재를 사용해 안정감을 더했다.

3층에 마련된 스파룸은 가족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다. 건물의 사선제한을 최대한 활용해 계절에 무관하게 온가족이 모여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소통공간을 완성하였다.

↑ 1층에 마련된 손님방. 안주인의 미적 감각이 돋보인다.

↑ 3층에 자리한 가족 스파룸은 세봉만의 색다른 공간이다.

↑ SECTION

↑ 2층 가족실. 마당으로 향하는 코너창은 물론,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복도 끝에 유리문을 내어 채광을 확보하였다.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마당'이다. 계절마다 꽃과 열매가 가득한 화단과 텃밭,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푸른 잔디밭을 꿈꾸며 주택으로 이사 온 건축주에게 만족을 선사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설계는 시작된다.

특히 세봉의 마당은 아이들의 놀이터인 동시에 어른의 공간이기도 하다. 높은 담장 안에서는 더 이상 타인의 눈치를 보거나 체면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의 부모로, 때로는 공간을 누리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마당을 공유한다. 담장이라는 물리적인 요소가 심리적인 한계를 허물어준 것이다.

마당에서의 생활이 늘어가면서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도 눈에 띄게 길어지고, 각자의 공간에 있는 시간조차 마당을 구심점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하는 집. 궁극적으로 주택과 공간이 가족의 삶을 바꿔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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