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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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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이너-이충길 2016. 2. 1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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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이란 샘물을 퍼 올릴 때 펌프를 작동하기 위해 부어주는 한 바가지의 물을 말한다. 즉 물을 마중한다는 의미에서 마중물이라 부른다는 것. 아마 경제적인 단어로 치환한다면 종자돈(seed money)에 해당하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종자돈이 거액의 자금을 형성하는 씨앗이 되듯이 마중물 한 바가지가 끝없이 샘물을 뿜어 올리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모르던 단어를 알게 되면 마치 새 애인이라도 만난 듯이 사랑스럽고 즐겁다.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된 ‘마중물’이란 단어 또한 얼마나 맑고 희망적으로 느껴지는지 지난 한달 내내 이 단어를 껴안고 음미하며 지냈다. 그리고 강릉에 전화해서 그 말의 출처까지 확인했는데, 신부님께 들은 이야기라 했다. 그 신부님이 그 단어를 아주 좋아하신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늘 나 자신에게 해보는 질문이다. 이십대 삼십대에는 야망을 갖고 그것을 이루려고 애를 쓰며 살았다. 50대 이전이 성취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시기였다면, 그 이후는 이루는 것 이상의, 그 너머의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한다. 아마 쌓아올리는 것의 한계와 허망함을 아는 까닭일 것이다. 그런 즈음에 날 찾아온 낱말 ‘마중물’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의 키워드로 느껴졌다. 내가 누군가의 삶에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고 보니 지난해에 들은 여성 사진가 이해선씨의 말이 생각난다. 10년 전쯤에 첫 개인전을 앞두고 우리 사진예술 사무실에 찾아와서 자신의 사진작품과 작가노트를 내게 보여주었는데, 그때 “글이 참 좋아요. 사진도 좋지만 글이 아주 좋은데요.”라고 한 말에 힘을 얻어 그동안 글과 사진을 곁들인 책을 여러 권 출간한 작가가 되었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나로서는 그런 말을 했던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그녀 내면에 고여 있던 작가로서의 역량을 끌어올린 셈이 되었으니 결국 내 한 마디가 마중물이 된 것이다.
 
누구나 타인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그 한 마디가 타인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녀에게 던지는 부모의 한 마디, 선생님의, 친구의, 직장 선배의 한 마디가 상대방에게 희망을 펌프질 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사진가의 꿈을 안고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 있는 편집장으로서, 그리고 그들을 담아내는 잡지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내는 사람으로서, 작가의 잠재된 역량을 드러내 주는 것, 그것은 참으로 중요하고 매력적인 역할이란 생각이 든다.
 
월간 사진예술이 1989년 5월호로 시작했으니 이번 5월호로 창간 18주년이 된다. 벌써 216권의 잡지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훌륭한 잡지라면 가장 중요한 일이 사람을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창간호가 나오는 5월, 신록이 생명력을 뿜어내는 5월에 ‘사진예술’이 진정 사진계의 마중물이 되기를, 그리고 우리 모두 타인에게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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