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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이 이토록 매력적인 동네였나?

라오스로 떠나자......./여행을떠나자

by 디자이너-이충길 2014. 8. 1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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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이 이토록 매력적인 동네였나?
공장, 숲, 예술가가 공존하는 이곳만의 독특한 질감을 느껴볼 것.

성수동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동네다. 지하철을 타고 동쪽으로 흘러가다 보면 빌딩숲이 아닌 진짜 숲을 만난다. 도시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울창한 녹음의끄트머리. 낡은 공장이 하나둘 이어지더니 이내 거대 공단지대에 다다른다. 쫓기듯 움직이는 사람들, 무언가를 끊임없이 실어 나르는 트럭, 그 사이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빽빽하다. 그런가 하면 골목 사이로 옷 짓고 구두 만드는 '장이'들의 공방이 나타난다. 그 주위로는 정체를 알기 어려운 갤러리, 아티스트의 아틀리에,스튜디오가 듬성듬성 자리를 차지한다. 이런 곳을 누가 찾아오긴 할까, 의구심이 든 찰나 여실히 힙스터의 외양을 한 청년들이 쪼르르 몰려든다. 남쪽으로는 한때무너졌던 다리가 곧게 뻗어나가고 밑으로는 유속이 빠른 강이 쉴 새 없이 흐른다.

강과 숲, 허름한 주택가와 미끈한 주상복합 아파트, 공장과 공방, 대량생산과 맞춤 생산, 낡음과 새로움, 끊임없는 붕괴와 재건. 성수동은 이 격렬한 작용-반작용들을거뜬히 다스린다. 그리고 끌어안는다. 이 비범한 포용력은 어디서 비롯하는 걸까.

조선시대 이 지역은 비만 오면 물난리가 나던 마을이었다. 제방을 쌓았다고 해서 '둑도'라 불리다 '뚝섬'이 됐다. 역설적이게도 언제든 일용할 물을 길어 먹을 수 있는고마운 곳이라는 의미로 '성수聖水'라는 이름도 붙었다. 물이라면 질릴 법도 한데 마을 사람들은 그 시절부터 너그러움을 발휘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뚝섬에 우리나라 최초의 정수장이 세워진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편, 물만큼 말馬도 많았던 동네다. 말을 기르던 목장, 임금의 사냥터, 군사들의 무예 훈련장이 한데 모여 있었고1950년대에는 경마장이 들어섰다. 1960년대 후반엔 골프장까지 생기면서 온갖 유희 거리가 이곳으로 집결했다.

1970~80년대를 맞으면서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공장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식품, 섬유, 인쇄, 제지 등 다양한 성격을 지닌 공장이 속속들어찼다. 명동을 비롯한 서울 도심에 뭉쳐 있던 구둣방들이 이곳으로 쫓기듯 도망쳐온 것도 같은 시기다. 가죽과 특수 약품이 만나 고약한 냄새를 풍겼던 탓이다. 공단지대 인근에 자리를 잡고 살던 공장 노동자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공업 찌꺼기의 피해자가 됐다. 슬럼화가 빠르게 이뤄졌다. 1990년대에 이르러 공장들은 급속히 쇠락의 길을 걸었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 벌어졌다.

한 도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온갖 병폐를 다 겪고 나서야 이곳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디스토피아에 가까웠던 성수동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이 발을 붙였고, 돌아가는 기계에 가속이 붙었다. 저렴한 임대료, 집적된 기술력과 노동력을 찾아 헤매던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이 이곳에 봇짐을 풀었다. 그렇게 성수동은 끓는점에 도달했다. 오래도록 데워온 터라 쉽게 식지 않을 것이다.

성수동의 오늘이 궁금한 여행자들이라면 지금부터 주목해도 좋다. 손이 여문 젊은 장인들의 가게, 숲과 공방에 스며든 카페들, 성수동의 고달픈 생활인들에게 끼니의존엄을 보장하는 식당까지. 꼭 들러보아야 할 8곳을 추렸다. 초여름의 싱그러운 서울숲은 덤으로 감상하시라.

 

북카페 일러스트

어릴 적 꿈꿨던 다락방 같은 카페 .총천연색 그림책으로 빼곡한 벽장과 원목 가구위에 늘어놓은 소품들이 유년 시절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북카페 일러스트는 꼭두일러스트교육원에서 운영하는 공간이다. 일러스트 작가들의 커뮤니티를 위해 만들었지만 인근 성수동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도 겸한다. 비정기적으로 작가들의 세미나와 주민들의 모임이 열리고 주말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교실을 개최한다.

이곳에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든 그림책을 집어든다. < 머리끝에 오는 잠 > 을 읽고 있으면 까무룩 졸음이 쏟아지고 < 초록나라 사람들 > 을 보면 가슴이 푸르게 물든다. 카페 한편에는 작가들의 원화를 전시하는 아트 월을 마련했다. 곳곳에 진열해둔 인형들도 모두 작가들의 작품. 그림책, 청량한 음료와 함께 여름 나기 좋은 카페다.

지하철 2호선 뚝섬역에서 경동초등학교 방향으로 내려와 뚝섬우체국 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따뜻한 나무 간판이 보인다.

LOCAITON

성동구 뚝섬로3길 13

TEL

02-469-5554

"공정무역의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패셔너블한 제품을 선보입니다." - 임주환('(주)더페어스토리' 대표)

펜두카/스마테리아

한갓진 주택가에 가로수길이나 홍대에서 볼 법한 패션 소품 숍이 들어섰다. 펜두카Penduka와 스마테리아Smateria 라는 생소한 두 브랜드의 쇼룸이다. 펜두카는 나미비아 여인들이 만든 아기자기한 자수, 부드러운 오가닉 소재의 생활 소품을 선보인다. 스마테리아는 못 쓰는 그물, 오토바이 시트, 페트병을 업사이클링해 형광빛이 감도는 시스루 쇼퍼백, 기하학적인 무늬의 클러치 백 등 '힙'한 패션 소품을 만든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공정무역기업 (주)더페어스토리가 수입하는 '착한'브랜드라는 것, 그리고 제품 자체의 매력만으로도 눈길을 끈다는 것이다. 독특한 네온사인 장식, 미니멀한 진열대 위로 늘어놓은 제품들까지. 갤러리에 온 듯 곳곳이 멋스러운 공간이다.

LOCAITON

성동구 서울숲2길 38-1

TEL

070-4473-3371

푸르너스 가든 서울숲점

서울숲의 녹음이 이곳까지 이어진다. 푸르너스 가든 서울숲점은 울창한 나무 그늘아래 정원을 벗한 카페다. 이 공간을 만든
곳은 조경설계사무소 동심원이다. 이 공간을 통해 아파트, 빌라 등 마당이나 정원이 없는 삭막한 집단 주거 환경 속에서도 가드닝과 휴식을 즐기는 법을 전파하고자한다. 덕분에 계절을 만끽하러 나온 손님들로 뒤뜰 테라스 자리는 늘 만석이다. 무채색의 빌딩 숲 속에서 침침해진 두 눈을 정화하고 싶다면 그저 가만히 앉아 '진짜숲'을 응시할 것.

작은 연못에 비친 녹색의 물그림자를 바라보아도 좋겠다. 시원한 과일 스무디와 함께라면 기분도 한껏 싱그러워진다. 성수동 꽃 축제가 열리는 여름엔 다양한 이벤트도 벌인다. 특히 동네 음악학원을 주축으로 지역 아마추어 뮤지션들의 작은 콘서트를 기획한다니, 자연 속에서 호젓하게 음악을 즐기고 싶은 이들이라면 기억해둘 만하다.

LOCATION

성동구 서울숲2길 46-9

TEL

02-544-5674

카페 더 램프

푸드 스타일리스트와 파티시에 자매가 함께 운영하는 동네 카페. 알프레도 원두를 사용한 커피와 버섯 치아바타 샌드위치는 성수동 인근 회사원의 근사한 식사가 된다. 여름에는 레몬 2개가 통째로 들어간 레모네이드나 재료를 아낌없이 넣은 블루베리바나나주스가 인기있다. 시원하고 상큼한 맛에 더위에 지친 입맛이 금세 살아난다. 주인자매가 즐겨 마시는 '아이스티'는 이곳의 숨겨진 메뉴. 피로를 풀어주는 히비스커스를 차갑게 우린 차에 천연 향 시럽을 넣어 몸에 힐링을 선사한다. 당일판매만 하는 쿠키와 케이크는 아이를 둔 성수동 엄마들 사이에 좋은 먹거리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북유럽 소품들이 자아내는 담백한 분위기에 오래 머물러도 편안하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 1번 출구에서 10분 정도 올라가면 이곳을 만날 수 있다.

LOCATION

성동구 아차산로7길 36

TEL

02-463-8126

밀본


공장지대의 회색 풍경 사이로 밝고 환한 식당이 하나 들어섰다. 반듯반듯하게 정돈한 식기며 테이블이 여느 '요릿집' 못지않다. 메뉴의 면면도 수준급. 손칼국수는 한우 사골을 우려 만든 육수로 깊은 국물 맛을 낸다 .고기덮밥은 수북이 쌓은 다진 고기 위에 마늘과 아스파라거스 고명을 올려 보는 재미와 맛을 함께 살렸다. 계절메뉴 비빔물국수는 새큼한 국물과 고소한 면의 조화가 훌륭하다. 각 메뉴는 모두 애피타이저로 손바닥만한 녹두전이 함께 나오는데다 1.5인분 수준이라 양도 푸짐하다.놀라운 것은 이들이 모두천 6원이라는 사실. 서울시내에서 같은 값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떠올렸을 때 이곳의 존재가 새삼 감사하게 느껴진다. 일대에선 공방디자이너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이름난 식당이다.

LOCATION

성동구 연무장길 83 가동

TEL

02-6744-9800

라피스 센시블레

스페인어로 '감각적인 연필'이란 뜻을 가진 라피스 센시블레Lapiz Sensible의 스튜디오 겸 쇼룸. 과거 광고감독이었던 대표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안경을 직접 만들고자 오랜 준비 끝에 년2 전 브랜드를 론칭했다. 일시적인 유행을 따르기보다,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는 디자인을 지향한다. 복고풍이면서도 세련된 디자인,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연예인을 비롯해 패션에 관심 있는 이들 사이에서 사랑받고 있다. 이탈리 아마추켈리사의 최고급 아세테이트 원단과 7단 경첩을 사용한 핸드메이드 제품으로 변형이 적어 오랫동안 사용할수 있는 것이 특징. 쇼룸은 최근까지 광고 및 화보 촬영 장소로 유명한 '스튜디오 한량채'를 함께 운영했다. 성수동 공장지대 중심부, 동명인쇄 3층에 위치해 있다. 내달 중 가로수길과 경리단길에도 쇼룸을 오픈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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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뚝섬로17길 23 동명인쇄 3층

TEL

070-8158-0856

자그마치

이스트 런던이나 브루클린을 느낄 수 있는 조명 공방 겸 카페. 올 3월 조명 디자이너이자 교수인 정강화가 문을 연 공간으로, 과거 인쇄소였던 곳을 개조해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1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로, 브랜드 쇼케이스나 론칭 파티는 물론 문화예술 단체 '디노마드'가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앞으로영화 상영, 예술 관련 강좌등도 열어 예술인의 쉼터로 거듭날 예정이다.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와 하이엔드 머신을 이용해 본연의 맛을 살린다. 이곳의 플랫 화이트는벨벳같은 우유 거품을 느낄 수 있다. 한남동 글래머러스펭귄에서 공수한 맛 좋은 케이크도 맛볼 수 있다. 카페 내부에 전시된 조명은 모두 구매가 가능하다. 수십 개의 조명 덕에 어둠이 깔릴 때 더욱 멋스럽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 3번 출구에서 5분 거리.

LOCATION

성동구 성수이로 88 남정빌딩 1층

TEL

070-4409-7700

30프로젝트

과거 아크릴 공장의 투박함을 그대로 살려 성수동 특유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곳. 30프로젝트는 한편에는 쇼룸, 다른 한편에는 셀프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착화감의 구두 '쌀롱드쥬'는 어떤 TPO에도 어울리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악어가죽, 뱀가죽 등 다채로운 가죽을 사용하므로 나만의 구두를 찾는 이에게 추천한다. 프렌치 스타일의 옷 '코스테'와 다양한 가죽 소품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카페 이용이 가능하다.

소액을 내고 직접 캡슐 커피를 내려 마시는 방식으로, 부담 없는 휴식 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열려있다. 저녁에는 파티룸으로 대여가 가능해, 친구들과 단란한 시간을보내기 좋다. 이때 음식은 준비해와야 한다.

공식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salondeju)을 팔로하면 신상 구두를 먼저 만날 수 있다. 성수동 주민센터 골목에 위치한다.

LOCAITON

성동구 뚝섬로3나길 19

TEL

070-4192-8314

인턴 에디터

강은주

어시스턴트 에디터

권아름

포토그래퍼

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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