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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해외] 과장을 해야 재미있다. - 오길비 앤 매더 코리아 정상수

광고자료.............../광고이야기

by 디자이너-이충길 2007. 10. 2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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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무용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본능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돌로 동물을 직접 잡아 먹던 시절, 낮에 한 건 해낸 사람은 밤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가족과 동네 사람들에게 무용담을 전했답니다. 더 실감나게 하려고 자기가 잡은 동물의 머리가죽으로 탈도 만들어 쓰고, 말로는 모자라 동작을 덧붙이고, 그래도 모자라 노래와 춤도 덧붙였겠지요. 제 생각에는 아마 그 때부터 이미 인류는 “과장”의 기술을 알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과장”은 재미있습니다. 광고에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면 재미 없지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과장해서 말하는 게 훨씬 재미 있습니다. 과장의 다른 표현이 “유머”가 아닐까요? 유머는 여유입니다. 아무리 긴장된 순간에도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평상심이 유지되고 일이 술술 풀리니까요. 그래서 심각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일을 영어 표현으로 “얼음 깨기(ice breaking)”라고 합니다. 물론 무슨 말을 그 순간의 화두로 할까 잘 계산해야지요. 괜히 엉성하게 시작하면 얼음이 더 단단해지기도 하거든요. 오늘 어떤 형태건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면 내가 먼저 나서서 얼음을 깨버립시다. 과장의 세계에서는 따지는 일이 없습니다. 광고의 목표, 타겟 오디언스, 컨셉이 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냥 마음을 열고 즐기게 됩니다. 재미 있으니까요.

과장을 절묘하게 써서 깊은 인상을 준 광고 몇 편을 소개해 드립니다.

인도의 출근 모습. 물론 모든 인도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출근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인도에 가 보셨어요? 저는 자동차 광고 찍으러 한 번 가 봤는데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달리 잘 사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잘 산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은 마치 전쟁 때의 우리 나라 모습 같지요? 터널 들어갈 때는 모두들 어떻게 할지 걱정됩니다. 짐작하시다시피 인도의 유명한 페비콜(Fevicol) 접착제 광고입니다. 작은 지프차 한 대에 수십 명이 타고 가는 TV광고도 있습니다. “잘 붙는다”는 제품의 장점을 이런 식으로 과장. 당연히 오길비 인디아 오피스에서 만들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 내려면 외국인에게 창피할 수도 있는데 과감히 드러내어 만들었군요. 살면서 “남에게 말하기는 좀 곤란한 이야기”가 결국 인사이트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잘 쓰려면 “뼈 속까지 내려가서 쓰라(Writing Down the Bones)”고 했던 미국의 여류소설가 나탈리 긴스버그(Nathalie Ginsberg)의 책 제목도 떠오릅니다.


귀여운 과장 하나. 매치박스(Matchbox)라는 장난감 자동차 광고입니다. 외국의 시골 길을 달리다 보면 도로 표지판에 캥거루나 사슴 같은 그림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개미가 등장했네요. 미니카 입장에서 보고 길 건너는 개미 걱정을 한 것이지요. 뉴질랜드의 어느 시골 길에서 양을 그려 놓은 표지판을 보고는 혼자 씨익 웃었는데 이건 한 술 더 뜨는군요. 양 때문에 놀랐던 이야기도 있습니다. 북아일랜드의 런던베리(“아, 목동아”라는 노래가 “런던베리의 노래”라고도 불리지요) 시골길을 차로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양 떼가 길을 막더군요. 놀랐지요. 전 그 때까지만 해도 양은 순백색인 줄 알았거든요. 털이 완전히 지저분한 회색인데다가 등에 빨간 색 줄이 있었어요. 한 무리의 다른 양 떼의 등에는 녹색 줄이 있고요. 양들이 섞이지 않게 목장 주인들이 페인트로 표시한 거랍니다. 새하얀 양에 대한 환상이 무참히 깨지던 순간이었습니다. 이야기는 딴 데로 샜지만, “비록 미니카라도 속도가 빠르니 개미들이여 조심하라”는 이야기가 귀엽습니다.


엄마의 정성이 대단합니다. 우유가 든 유아식 광고인데, 잘 먹지 않으려는 아이에게 얼마나 열심히 먹였으면 어느 순간 아이가 엄마보다 훌쩍 커버렸을까요? 영화 “아이가 커졌어요”의 한 장면 같군요. 아무리 그 제품 먹인다고 아이가 이렇게 커지겠습니까만, “과장”의 기법을 써서 짧은 순간에 할 말을 다 한 점은 인정해야겠습니다. 이 제품을 진작 알았다면 저희 집에 있는 어린이에게도 먹이는 건데…


피아트(Fiat) 자동차의 충격 흡수장치 광고. 저렇게 촘촘한 머리카락이라면 웬만한 충격에는 끄떡 없겠네요. 혹시 쿠션이나 이불 속을 뒤집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캐시미론 솜이 꼭 저렇게 생겼답니다. 정말 촘촘하지요. 한 편으로 ‘아이디어란 이렇게 쉬운 것이로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잘 된 아이디어는 우리가 보는 순간 모든 토론과 비평을 싸악 녹여 버리니까요.


젓가락이 일본 사람들의 발명품인가? 한 번 조사해 봐야겠습니다. 어쨌든 포크로 콱 찍는 것보다 정교한 손놀림을 필요로 하는 젓가락으로 자동차를 고치는군요. “작은 것이 아름답다.”, “경박단소” 같은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사실 일본 사람들의 정교함에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지요. 그런 일본 자동차 회사의 서비스 광고입니다. 하지만 영화 “취권”에서 날아 다니는 파리를 젓가락으로 능수능란하게 잡던 성룡의 사부님보다는 한 수 아래지요?


옛날에 졸면서 시험 공부하다가 연필 쥐고 잠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군요. 여기서는 상황이 좀 다르군요. 열심히 작곡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신이 나서 그만… 그게 바로 하드락의 힘이라고 말하고 있는 “하드락 까페(Hard Rock Café)”의 광고입니다. 사실은 그곳에서 파는 술의 힘이겠지요. 넥타이 벗고 셔츠 단추를 두 개쯤 풀어도 될까요? 각 나라의 큰 도시에 하나쯤은 있는 하드락 까페는 로고와 그 도시 이름을 새긴 하얀 색 티셔츠의 명성에 비해 별로 특징이 없던데, 이 광고를 보면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하드락 시대는 아니지만…



과장이 이 정도는 돼야… 거의 강철처럼 단단해 보이는 돌에 드릴이 여러 가지 구멍을 뚫었습니다. 그랬더니 치즈처럼 됐군요. “스위스에서 온 가장 강한 드릴”이라는 카피는 약간 심심하지만, 강력한 드릴의 효과를 비주얼 하나로 바로 보여 줍니다.

이쯤 되자 “과장”에 대해 제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과장법[誇張法, hyperbole]”
어떤 사물을 실제보다 훨씬 더하게 또는 훨씬 덜하게 나타내는 수사법.
강조법의 한 가지로서, 사실을 불려 선명한 인상을 주기 위하여 사용된다. 한문체에서 많이 쓰며, 은유법과 함께 쓰기도 하나 주로 직유법의 형식으로 표현한다. 사물을 실제보다 크게 표현하는 강조법을 과대진술, 작게 표현하는 것은 과소진술 또는 격하(格下)라고도 한다. 과대진술의 예로는 백발 삼천장(白髮 三千丈) / 산더미 같은 파도 / 천년을 하루같이 / 어머니 은혜는 산같이 높다 / 찌는 듯한 더위 / 배가 남산만하다 등이 있고, 과소진술의 예로는 간이 콩알만하다 / 문짝이 바늘구멍만하다 / 월급이 쥐꼬리만하다 등이 있다.(두산 세계대백과)

어려운 것 아니네요. 예 중에서 “백발이 삼천장”이 재미 있지요? “장”은 3미터 정도 된다니 백발의 길이가 9,000미터 즉 9킬로미터가 더 된다는 과장. 선조들에 비하면 우리는 순진하네!

오늘 내는 아이디어에 뻥을 한 번 쳐 봅시다.

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상수 상무│오길비 앤 매더 코리아

출처 : 광고정보2
글쓴이 : linchpi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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