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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인쇄] 너, 왜 자꾸 날 괴롭히니? - TBWA KOREA 류재하 CD

광고자료.............../광고이야기

by 디자이너-이충길 2007. 10. 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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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좋은 사람입니까? 나쁜 사람입니까? 어떤 사람은 당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당신을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할 겁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여지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하지만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인 듯 합니다. "그 사람, 참 착해"라는 말과 "그 사람, 너무 착해빠져서..."라는 말의 차이 - "그 사람, 정말 열심히 해"라는 말과 "그 사람, 일밖에 몰라"라는 말의 차이 - "그 사람, 멋져"라는 말과 "그 사람, 멋만 부려"라는 말의 차이 - 같은 사람의 일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듣는 사람은 정반대의 의미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연말이면 광고계에선 각종 시상식이 열리게 됩니다. 한 해 동안 잘한 광고에 대해 시상을 하고, 그 광고를 만든 사람들이 칭찬을 받는 날입니다. 하지만 그 시상 내역에 대해 불협화음도 참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저게 왜 상을 받았지?", "선정 기준이 뭐래?", "내가 보기엔 그 광고 별로던데..."라는 말들이 연말이면 광고계를 떠다니게 됩니다. 사람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처럼, 광고도 사람마다 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어떤 사람에겐 좋은 광고가 어떤 사람에겐 나쁜 광고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크리에이티브를 잣대로 삼느냐?", "마케팅을 잣대로 삼느냐?"에 따라서도 그 평가는 달라질 수 있고, "해외광고계의 시상유형을 잣대로 삼느냐?", "한국 광고계의 특성을 잣대로 삼느냐?"에 따라서도 그 평가는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좋은 광고인지, 무엇이 상을 받을만한 광고인지에 대해서는 저 역시 객관적일 수 없습니다. 한 가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저만의 잣대를 가지고 평가를 하는 일입니다. 저만의 잣대는 다름 아닌 "나를 괴롭혔느냐? 나를 편하게 해주었느냐?"하는 것입니다. 광고를 만들며 아이데이션을 할 때 마다, 자꾸 마음속에 걸림돌이 되고,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 생각이 떠오르는 광고가 바로 나를 괴롭히는 광고입니다. "난 왜 이렇게 못만들었을까?" 하는 자책을 하게도 되고 정리해 놓은 것을 다 무너뜨리고, 다시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합니다. 올 한해 나에게 그런 괴로움을 주었던 광고 몇 편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HP "+" 캠페인

 

아마 올해 기업PR 광고를 담당했던 사람들은 여러 모로 많은 괴롭힘(?)을 당했던 광고일 듯 합니다. 우리나라의 기업PR 광고라고 하면 대부분이 사람이 등장하게 되고, 그 사람들간의 따뜻한 이야기나 그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는 어떤 매개체로서 광고주의 상품이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HP의 광고 비주얼에선 사람이 없습니다. 오히려 HP가 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따뜻합니다. 고마움도 느끼게 됩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강렬한 비주얼과 "+"라는 심플한 기호를 통해 아주 쉽게 HP를 우리 곁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다음 편을 기대하게 되고, 그 다음 편 역시 기대에 부응했던 HP의 광고캠페인, 올 한해 저를 많이 괴롭히고, 생각속에 항상 머물렀던 그런 광고입니다.


서울우유 "사랑한다면 하루 3번" 캠페인 

TV에서 이 광고를 처음 접한 순간, 잠시 멍해졌습니다. "하루 3번 우유를 마시게 해서, 우유 소비량을 늘리게 하자. 넘버원 기업은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전략이 아니겠느냐?"라는 것이 이 광고를 만든 이들의 의도인 듯 한데, 그 의도를 이토록 멋지고 감성적으로 풀어낸 것을 보고는 정말 멋지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싸우고 들어온 아들을 보는 아빠의 마음, 거짓말하는 딸을 보는 엄마의 마음, 청소를 하는 친정어머니를 바라보는 딸의 마음이 진솔하게 묻어 납니다. 그리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라는 세 마디로, "하루 3번 우유를 마시자"라는 말을 풀어냈으니, 누가 이 광고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광고 한편 한편을 볼 때마다 무언가 찡한 느낌이 나를 자극시켰고, 다른 광고를 만들 때도 제품에 감성을 불어넣는 방법을 간구하게 되던 그런 광고였습니다.  


SK텔레콤 "대한민국을 새롭게 하는 힘" 캠페인


월요일 아침이면 이메일로 덕담같은 한 마디 말이 내게로 옵니다. 한 주를 시작하는 처음 마음을 잡아주는 따뜻한 한 마디입니다. 읽으려는 의도는 별로 없음에도 그냥 읽게 되고, 바쁜 나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 준 광고입니다. 카피라이터라면 한번쯤 꿈꾸어 보았을 "United Technology"사의 기업PR광고를 생각나게 하는 캠페인입니다. 읽는 사람에게 무엇가를 주입하려는 것이 아닌 스스로 생각해서 행동하게 하는 그런 캠페인입니다. 매주 달라지는 이야기 거리와 화제들, 담당 카피라이터는 원고 독촉에 시달리는 작가처럼 매 주말이 두려웠을 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 캠페인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었던 점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올 한해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 줄 좋은 덕담 부탁 드립니다.

2005년이 다가옵니다. 새해에는 또 어떤 광고가 날 괴롭힐지 두렵기도 하고,  그 신선한 두려움으로 설레이기도 합니다. 2005년엔 좋은 광고들이 많이 만들어져, 절 많이 괴롭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광고는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고, 그 것이 우리나라 광고계를 발전시키는 가장 빠른 길이라 생각됩니다. 



 

류재하 CDTBWA KOREA

출처 : 광고정보2
글쓴이 : linchpi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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